출판: 푸른숲/2022년 9월
저자: 블레이크 크라우치/이은주 역
평점: ★★★★☆
2023년 타임선정 최고의 미스터리스릴러 100선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분명 SF적 호기심과 스릴러적 재미, 서스펜스를 보장하는 소설이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책의 홍보 글에 너무 많은 단서를 소개한 듯한 느낌입니다. 많은 정보를 접하지 않고 읽기를 추천합니다.
주인공 제이슨은 평범한 대학교수로서 양자역학의 개론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는 멋진 아내 다니엘라, 15살 아들 찰리와 오붓하게 시카고 로건스퀘어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는 15년전 임신괴었다는 다니엘라의 말을 듣고는 바로 결혼하여 찰리가 태어났는데 미숙아였기에 찰리와 다니엘라를 케어하기 위해 그동안의 연구학자 생활을 접었던 것입니다. 다니엘라도 전도유망한 미술가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아들을 낳았고, 제이슨 또한 자신의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지금까지 사랑스러운 가정을 꾸려왔습니다.
지인들은 그동안의 연구실적이 아깝지 않냐는 아쉬운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즈음에 대학시절 룸메이트이자 현재까지 친구(?)로 지내온 라인언이 ‘전전두엽 피질의 브로드만 영역에서 뇌의 화학적용을 일시적으로 바꿔주는 약물을 개발’하였고, 포비아상(노벨상과 비슷)을 수상하여 연구자로써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이슨은 과거 자신의 연구하던 유사 분야에서 명예와 부를 거머쥔 라이언이 부러웠지만, 반면 라이언은 제이슨의 아내, 쿨하고 멋진 다니엘라를 오랜 기간 사모해왔습니다. 제이슨은 축하파티에 참석하여 라이언의 성과를 높이 칭찬하고, 금세 파티장을 나와 씁쓸하게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납치되고, 시외곽의 버려진 허름한 발전소에서 모든 소지품과 옷을 빼앗기고, 정체를 모를 약물 주사를 맞고나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난 곳은 다름아닌 연구시설의 치료실이었고, 그곳의 사람들은 제이슨을 다른 신분으로 대하는 것에 당황스러웠습니다. 그곳에서는 수년 전 포비아상을 받은 수상자가 제이슨 자신이었고, 막대한 연구투자를 받아서 다중우주로 이동할 수 있는 입방체를 개발하는 연구자였던 것이었습니다. 개발은 거의 완료 단계였고, 마지막 인체실험으로 두 사람이 입방체 격납고의 문을 열고 들어 갔습니다. 안에서 전전두엽에 작용하는 약물을 주사하면 약 1시간 동안 그 격납고 안의 수많은 문들 중 하나를 열고 들어갈 수 있고, 현시각의 다른 여러 시카고로 갈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둘은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이 입방체 모양의 격납고는 ‘양자중첩’ 상태라는 쉬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즉, 관찰자가 상자를 열어서 독물과 함께 있는 고양이 상태(삶 혹은 죽음)를 확인하지 않은 상황이며, 두가지 가능성이 모두 존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만약 관찰자가 상자를 열어서 고양이가 살아있는지, 죽어 있는지를 확인하면 그때서야 진행중인 시간선의 방향으로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올 상반기에 방영한 넷플릭스의 ‘삼체’가 떠오릅니다. 수 광년 멀리 있는 삼체인이 지구를 감시하기 위해서 ‘지자’라는 AI를 보냈는데, 이 지자의 다른 한 개는 삼체인 우주함선에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지구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양자중첩’과 ‘양자얽힘’ 이론의 예가 됩니다.
삼체인이 우주함선에 있는 지자에게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지구의 지자도 아무런 결과를 내지 않는 중첩상태를 유지합니다. 우주함선의 지자에게 어떤 명령을 입력하면, 지구의 지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빛보다 빠르게 즉각적으로 입력에 따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양자얽힘입니다. 이 양자중첩과 얽힘(0과 1이 동시에 공존)을 이용하면 어떠한 슈퍼컴퓨터(0과 1에서 한 개만 구분함)보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슈퍼컴퓨터가 수만 년 걸리는 정보의 양을 양자컴퓨터는 1분만에 처리한다는 IT기사도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양자컴퓨터가 구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각설하고, 제이슨은 도대체 누가 자신을 납치하여 이 연구시설로 보냈는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시설을 탈출한 그는 아내 다니엘라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다니엘라는 유명한 화가가 되어 성공적인 전시회를 여는 중이었고, 제이슨을 알아본 그녀는 우리는 결혼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들 찰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였습니다. 제이슨과 다니엘라는 15년 전 임신 당시 서로 다른 선택을 하여 각자의 인생에서 사회적인 성공을 하였던 것입니다.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대신 말이죠…
여담으로1990년대 초반 개그맨 이휘재의 ‘그래, 결정했어!’라고 주먹을 쥐고 외치며 2가지중 각기 다른 선택의 결과를 드라마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제이슨은 이것이 다중우주의 하나라는 깨닫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연구소 직원인 어맨더의 도움으로 약물 앰플을 탈취하여 그 세계에서 탈출을 하고, 자신이 원래 살아왔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우주에 널리 퍼져 있는 암흑물질이 그 근원인 다중우주의 세계로 통하는 문의 개수는 살아오는 동안 제이슨이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각기 생겨났기 때문에 너무나 문이 많았습니다.
폭설로 덮인 시카고, 새로운 질병이 유행하는 시카고 같은 디스토피아 시카고 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입방체는 과거나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아닌 현재의 다른 버전의 지구로 이동하게 해주는 곳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표지에 수많은 제이슨이 보이는 걸로 봐서 각기 다른 다중세계의 제이슨들과 얽히는 사건이 전개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품의 소재와 재미가 너무 뛰어나서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릴러 작가들과 언론들도 많은 추천평을 남겼습니다.
▪ 할런 코벤 (넷플 5개 드라마 원작작가) – 장인의 솜씨! 크라우치는 레이저처럼 정밀한 문체, SF와 스릴러를 한데 섞어 놀라운 효과를 내는 줄거리, 예측불허의 방식으로 전개되는 감동적이고도 반전을 품은 사랑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진 결과는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경험이다.
▪ 리 차일드 (잭 리쳐 시리즈 작가)– 탁월하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책. 블레이크 크라우치가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 낸 것 같다.
▪ 앤디 위어 (마션, 헤일메리… 작가)– 독보적이다. 사랑과 후회, 양자 중첩이라는 소재를 흥미진진하고 기발한 줄거리에 녹여낸 어드벤처 소설. 이토록 푹 빠져서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 소설은 실로 오랜만이다.
▪ 테스 게리첸 (스파이 코스트 작가) – 우와!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읽었고, 책을 내려 놓으면서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빠르고, 영리하고, 중독적이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만나본 더없이 독창적이고 압도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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