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창비/2022년 3월
저자: 한강
평점: ★★★★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수상작이며, 노벨문학상 수상한 한강 작가의 근본적인 탁월함의 알림이 시작되었던 작품입니다. 3부작으로 되어 있고, 1부 ‘채식주의자’와 2부 ‘몽고반점’, 그리고 3부 ‘나무 불꽃’로 “고통의 삼부작”을 읽는 동안 주인공들에게 최대한 동화해 보려 노력했습니다.
무던하고 건조한 인생을 살아오던 영혜가 갑자기 채식주의 시작한 목적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건강이나 다이어트가 아닌 여러 날 꿈에서 핏물이 흐르는 생고기 육식을 게걸스럽게 빨아대는 자신에 대한 혐오가 점점 진해졌기 때문입니다. 꿈에서부터 시작된 생명을 먹고 소화하여 그 살을 흡수한다는 것에 대한 혐오는 급기야 현실생활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고기를 보기도 싫어서 냉장고 안의 모든 육류가 포함된 식품을 버렸고, 계란까지, 육류가 첨가된 식품까지… 하지만 나중에는 근처에 고기가 없어도 고기 냄새를 느끼는 것에 절망했습니다. 잠자리를 요구하며 다가오니 남편의 땀구멍에서 고기 냄새가 스멀스멀 피워 올라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같은 생명의 단백질 살을 씹고 먹어서 자신의 살의 일부로 만드는 것일까? 마침내 그녀는 완전한 채식을 하기 시작했지만, 과거에 먹어왔던 고기들이 여전히 살과 피로 매달려 있는 자신의 몸도 혐오의 대상이 되어 점점 말라가게 되었습니다. 영혜는 더 이상 완전 채식도 의미가 없어서 오랫동안 햇빛만을 받고 싶어 졌습니다.
남편과 가족들이 폭행에 가깝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것도 소용없었고, 영혜는 그에 대한 마지막 저항으로 손목을 칼로 그어버리고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부모, 남동생과 절연하고 이제 영혜 옆에 남은 사람은 4살 터울의 언니 인혜뿐입니다.
영혜의 형부는 예술가입니다. 젊을 때 사진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비디오 아티스트이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이 나이와 함께 사그라져 가고 있어서 삶의 의미마저 퇴색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우연히 아내 인혜로부터 들은 처제 영혜가 아직도 몽고반점을 가지고 있는다 말은 그의 성적인 에너지를 되살리는 부활의 단어이자 예술이 되었습니다. 영혜의 마르디 마른 몸에 몽고반점을 핵심으로 커다란 꽃을 그려 넣고 품에 안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 속에서만 있어야 했는데, 가족 모임에서 자해를 한 처제를 등 한가득 붙인 채 병원으로 뛰는 동안 그의 상상은 꿈으로만 멈출 수 없다는 욕망이 그득 차게 됩니다.
어느 날 처제에게 넌지시 전화로 보디페인팅에 대한 의견을 물은 뜻밖의 허락을 받아냅니다. 일생의 심혈을 기울인 처제의 몸에 그린 꽃을 바라보면서 비디오 촬영 동안 처제가 페인팅을 허락한 이유를 알게 됩니다. 채식을 해 온 삐쩍 마른 몸 위에 그려진 식물, 줄기, 꽃… 그녀는 동물이기를 거부해 온 것이었습니다.
조심스럽게 형부가 동침을 요구하자 영혜는 같은 식물들의 교접은 성스러운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부는 동물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처제는 식물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끝내 인혜는 이 일을 알아버렸고, 행방불명된 남편은 뒤로하고 인혜를 보호해 가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이제 영예는 완전한 식물이 되기 위해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물구나무를 서면서 물과 햇빛만 찾았습니다. 그때 그녀의 얼굴은 어릴 때의 풋풋한 소녀의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정신병원에서 강압적인 방법으로 주사음식을 주입하면서 혈관이 터지고, 큰 병원 응급실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영예는 “이제 거의 다 됐어. 언니…”라고 말합니다. 인혜는 그런 영혜를 끝까지 함께 가려고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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