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비채/2008년 09월
저자: 누쿠이 도쿠로/이기웅 역
평점: ★★★★★
일본 미스터리 독자들이 선정한 반전소설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이라는 유튜버 ‘서말’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출판된 지 좀 책인데 앞으로 서말 님의 추천책을 좀더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반전미스터리 소설은 언제나 1순위이거든요...
책의 내용은 두가지 이야기 번갈아 가면서 동시에 진행됩니다. 캐리어 출신이지만 경시청 수사 1 과장이라는 범죄 최일선에서 고군분투 중입니다. 일본 경찰계에서는 ‘캐리어’라는 특별한 엘리트 계층이 있는데 흡사 우리나라의 경찰대학을 졸업한 것 같이 젊은 엘리트를 말하는데, 이들은 수사일선보다는 뒤에서 보고를 받으며 장차 고위직급으로 올라가기 위한 경험적 차원에서 현장에서 순환근무 중입니다.
하지만 경시청 수사 1 과장의 자리는 가장 그 권한과 책임이 무거운 자리인데, 유아(소녀)의 납치사건이 일어나고 맙니다. 사에키 1 과장은 증거, 증언, 탐문 수사에 총력을 다하지만 범인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했고, 한 달이 지난 시점 제2의 납치사건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언론과 시민의 질타는 당연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가족의 죽음과 해제에 낙담한 남자가 삶의 희망을 읽고 방황하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술과 시간으로 구멍이 메꿔지기를 바랐지만, 헛된 시도였고 길에서 우연히 젊은 여성 종교인을 만납니다. 울 나라의 ‘도를 아십니까?’와 비슷한 유사종교 같습니다. 그 여성이 길 한복판에서 초면인 자신에게 진심을 다하며 행복을 빌어주는 모습에 감명을 받게 됩니다.
일본 내에만 종교단체가 23,000여 개가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단체수만 1,700개나 되기 때문에 잃어버린 30년의 경제하락이 시작되는 시절(1980년대 후반)에 사람들은 신흥종교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고, 자주 소속 종교들 변경하는 신자들도 많았습니다. 돈이 많던 시절이라서 기부금 액수에 따라 단체 내의 승급이 결정되는 폐해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캐리어인 사에키 과장은 정략결혼을 한 상황이었고, 아버지는 고위관료, 장인은 경찰청 장관이라는 유력 집안입니다. 쇼윈도 부부사이에 어린 딸 에리코가 있었기에 최근 일어나고 있는 유아소녀 납치사건을 꼭 해결하고 싶은 개인적인 동기도 강합니다. 그렇지만 지난겨울 두 번의 납치된 소녀는 결국 시신(신체에 상해는 없었음)으로 발견되었고, 봄이 오자 세 번째 납치가 발생합니다. 사에키 과장은 이 세 소녀의 이름에 주목하게 되는데, 그 이름들의 공통점이 디지털루트가 4인 것을 발견합니다. 이것이 무슨 연관성이 있다는 것일까요?
마쓰모토가 회원으로 가입한 종교단체는 의례 그렇듯이 초반에는 많은 환대를 받았고, 1천만 원의 기부금을 내자 승급이 되면서 점차 상위레벨의 유력인사들과 교류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길에서 보았던 관심 가던 그 젊은 여자도 같은 종교로 이동해 와서 종교활동이 한층 더 편안해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신자들이 종교를 쇼핑하는 경향은 종교단체 숫자레 비례하였습니다.
그가 기부금을 계속 내면서 참석 횟수와 교류가 증가하자 그는 4단계까지 올라갔고, 소문으로만 들리던 교주님까지 참석한다는 이 종교의 근본인 ‘카발라 교리 의식’에 참석하였고, 그는 여기서 어떤 전율과 생명, 계시를 받았다고 느꼈습니다.
여기까지 빌드 업 하는 과정을 때때로 지루한 면이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새롭게 시작하는 사건들은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사에키 과장의 사생활이 드러날수록, 고뇌하는 마쓰모토의 본격적인 종교활동이 진해질수록 쫀쫀한 위기감이 고조됩니다. 작품은 점점 생명의 존재의미, 자본 숭배주의의 폐해, 점점 강해지는 개인주의와 외로움, 이에 편승한 사이비 종교의 사회적인 확대 등에 대한 경고를 날립니다. 문득 1995년 ‘옴 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사건’이 생각납니다.
더불어 납치사건을 대하는 경직된 일본경찰의 공직사회의 단면도 들춰집니다. 오직 진급에만 목을 매는 고급 경찰들 때문에 그 아래의 수사관들은 우왕좌왕하고, 어디서 영웅이 짠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보신주의가 팽배합니다.
결국, 비공식적으로 단독 수사를 하던 지역의 현 베테랑 형사가 사건의 일부만(?) 해결하게 되고 엄청난 반전의 바따를 맞게 됩니다. 결말을 드러났지만 또 다른 한 명의 범인은 오리무중인 채 통곡의 여운이 길게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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